12월 24일 출국 후기다.
비행기 출발은 오후 1시라 집에서 9시 40분쯤 나갔다. 비행기 좌석표를 봐도 그렇고 생각해 봐도 공항이 붐빌 것 같지 않아서 예전처럼 3시간 이상 여유가 필요하진 않을 것 같았다. 근데 Lyft 기사 아저씨가 겁을 준다. 자기가 얼마 전에 플로리다 갔다 왔는데 4시간 여유 뒀는데도 시간 모자랄 뻔 했다며. 나도 미국-캐나다 여행객들 공항에서 수 시간 기다렸다는 기사 보긴 했는데, 그 때는 오미크론 나오기 전이잖아. 진짜 빤짝... 한 3개월은 이제 코로나 거의 끝나가고 여행업계가 살아나나 했지 다들. ㅜㅜ 아마 한국 가기로 계획했던 많은 교민이나 체류자들이 자가격리 10일로 인해 여행 취소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공항의 체크인 데스크도 한가했다. 내 앞에 아무도 없었음. 어차피 앱 깔고 웹체크인도 다 하긴 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나는 키오스에서 백택이 안 나오고 데스크로 가라고 화면에 떠서 데스크로 가야했다.
직원은 코로나 음성 확인서와 백신접종증명서 둘 다 보여달라고 했고, 가져가진 않았다. 백신접종증명서는 솔직히 봐야될 이유는 없는 거 같은데 서류는 많이 준비하는 게 항상 좋은 거니까.
짐 부치고 검색대 앞에도 줄 하나도 없음. 걍 고속 통과였다. 사람이 적어서인지 직원들도 별 말은 없지만 스트레스가 적어 보이고.
그러고 대기하는 곳까지 들어오는데 총 20분이나 걸렸나 모르겠음. 하나도 안 기다렸다.
게이트 앞에서 기다리다가 면세점도 한 번 둘러봤는데, 가격이 전혀 싸질 않다. 이건 경험으로 알게된 것인데 캐나다에서는 면세점이 전혀 더 싸지 않고 오히려 시중 가격 보다 비싸다. 가끔 특급 행사를 하면 모르겠는데, 특히 간단한 기념품, 초콜렛, 술... 그냥 동네 슈퍼에서 사가는 게 쌈.
면세점도 한가하고, 음식점들도 한가하고, 궁금해서 봤던 초밥은 동네 슈퍼 가격의 1.5배고... 그렇다. 대기 장소를 둘러 보니 거의 다 젊은이들뿐. 하기사 지금 가족단위 여행을 할 시기도 아니고 연세 좀 있으신 분둘은 더더군다나 안 가실 거 같고. 출장 같은 것도 거의 없어 뵈고 진짜, 한 100명도 안 탄 것 같은데 95 프로가 유학생 같았다. 그리고 거의 전부 1인 승객
마지막으로 좌석표 확인 했을 때 어차피 탑승객이 별로 없어서 제발 내 옆에 아무도 안 앉기를 긴장하며 기다렸는데 예쓰!!! 역시 아무도 없어서 3자리를 혼자 다 쓰고 왔다. 다리를 올리고 쉴수 있다는 게 피로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구나를 이번에도 깨달았네. 요번엔 직항이기도 했고 비행시간도 짧긴 해서 그렇겠지만 진짜 거의 여독이 없었다. 하나도 안 피곤하다 느낄 정도. 평소 때보다 푯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역설적으로 이런 게 코로나 시대의 특혜인가 싶다. 근데 계속 이렇게 운행되다간 공항이니 항공사니 다 파산하겠지.
어차피 난 내 소중한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이거 없음 이제 비행기 못 탄다)을 챙겨오긴 했다만 승무원이 이어폰 나눠주고, 소독용품들도 준다. 안에는 덴탈마스크와 25ml 손소독제, 알콜스왑 2장이 들어 있었는데, 난 집에서 라이솔 소독 용 물티슈를 10장 뽑아서 지퍼백에 넣어가지고 왔어서 이건 뜯지 않았다. 물티슈는 화장실 갈 때마다 문손잡이나 변기 뚜껑들을 잡을 때 썼다. 기내에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고, 예전처럼 떠드는 사람도 없다. 기내 코로나 감염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지긴 했는데 검색해보니 있긴 있었다. 이 분도 마스크 계속 쓰고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내린 적이 있다고 해서 화장실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 이 글 보시는 분들도 화장실에서 꼭 마스크 쓰고 있고 양치는 포기 하시고 손잡이도 다 휴지로 잡으시길.
식사는 두 번, 중간에 참치 샌드위치가 나왔고, 뒷쪽 갤리에 생수통과 프레첼, 로터스 비스켓이 준비돼 있어서 원할 때 알아서 가져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분명 인천 도착 시간이 오후 5시 5분이었는데 3시 25분으로 앞당겨진 거다. 나야 너무 감사하지만 대체 왜??? 라는 의문이 가득. 사람이 적아서 가벼워서? 사람이 적으니 이착륙 과정이 짧게 걸려서? 날씨가 좋아서? 나중에 집에 와서 검색해보고 이유를 대강 추측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론 3번, 날씨가 좋아서가 정답이라고 할 수 있을 듯. 미주노선은 태평양 항로와 북극 항로 두 개가 있다고 한다. 내가 스크린을 확인 해봤을 때 우리 비행기는 분명 북극을 지나왔다. 그걸 보며, 아.... 북극 지나갈 때 방사선 노출량 많다던데... 란 생각을 했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더 빨리 올 수 있는데 날씨가 좋아야지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어쩐지... 내가 여태까지 비행기 타 본 중에 이렇게까지 편안한 비행은 처음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왜, 비행기가 흔들릴 거 같으면 기장이 방송을 하지 않나, "승객여러분께서는 모두 자리로 돌아가 안전 벨트를 매 주시기 바랍니다." 이거 한 번도 없었다. 진짜 0. 처음 이륙하고 잠깐 벨트 매라고 한 거 빼고는 12시간 반 동안 단 한번도 안 흔들리고 왔음. 진짜 이런 비행도 있구나 싶다.
세 자리를 나 혼자 다 썼으니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누워서 잠 좀 자다 영화 보다 하며 너무 편하게 왔다. 승무원들도 친절했음. 전에는 에어캐나다에 종종 불친절한 승무원들도 있었는데 이번엔 없었다. 단점을 찾자면 기내식이 맛이 별로 없었고 (캐나다의 맛) 영화 선택 옵션이 그다지 많진 않았다는 거. 나는 007 노 타임 투 다이, 베놈 2, 정글 크루즈, 더 레전드 오브 타잔 이렇게 네 편 봤는데 역시 핫한 남배우가 나오는 영화들은 탁월한 선택이다. 그래도 베놈은 영 내 취향이 아님. 베놈 징그러운 거 둘째 치고 내용이 너무 재미가 없었다. 정글 크루즈도, 007도 클리셰 범벅. 타잔은 19세기 내용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영 거슬리는 그 백인 우월주의... 길어지면 영화 리뷰가 될 거 같아서 이쯤에서 그만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