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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입국 및 방역 버스

별을 보고 걷는 사람 2022. 1. 1. 20:12
12월 25일 크리스마스 날 입국. 오후 3시 반에 착륙했고, 다른 후기들 보며 오래 걸리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우리 비행기 앞에 먼저 와서 대기 하던 승객들이 없어서 거의 기다리지도 않고 검역을 지나갔다. 참고로 내 경우는 1터미널의 후기다. 2터미널은 살짝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기본 순서는 같겠지만 위치가 조금씩.

내가 20열에 앉아 있어서 내릴 때 한 10번째 내린 것 같기도 하고 겁나 빨리 걷기도 했다. 왜냐면 난 당연히 착륙이 5시 넘을 줄 알고 자가격리지로 이동할 버스가 8시 50분에 있으니 그거 탈 때까지 한 3시간은 공항에서 죽 치고 있어야겠구나 포기하고 있었는데 1시간 반이나 비행시간이 줄어들어 그 앞 차, 대충 4시 반 쯤이었던 그 차를 탈 수 있겠구나 싶어졌기 때문.

참고로 공항에서 자가격리지로 이동은 지하철 이용 불가. 방역버스, 방역택시, 자가용, KTX 를 이용할 수있는데, 방역택시는 매우 비싸다 ㅜㅜ. KTX는 특정 칸에만 앉을 수 있다 들었고 아무튼 시간대만 맞으면 방역 버스가 제일 저렴한 옵션이다. 4시간에 한 대라 그렇지.

1. 검역신고서 작성
비행기에서 나와서 입국심사 쪽으로 쭉쭉 가다 보면 검역하는 곳 나오는데 보호복 입으신 분들이 종이 두 장 나눠준다. 어떤 항공편은 미리 기내에서 나눠주기도 하는가 본데 우리는 아무것도 안 줬기 때문에 (세관신고서도) 이 분께 받아서 테이블 위에 수그리고 미친듯한 속도로 적어나갔다. 흰색과 노란색 두 개다. 항목은 정확히 기억 안 나고 대충 신원정보랑 자가격리지, 증상여부 체크였다.

2. 코로나 음성 결과 확인
그러고 반대쪽 창구에 검역관이 앉아 있는데 이 분이 코로나 검사 결과서 보여달라 함. 그거 보여주니 백신 맞으셨냐, 어디서 맞았냐 물어서 캐나다에서 맞았다. 하고 끝. 노란 종이를 가져갔는지 흰 종이를 가져갔는지, 둘 다 가져갔는지 기억 안 난다. 암튼 둘 다 써서 보여드리면 됨. 여기서 도장 받고 체온계 있는 곳을 지나가면 또 줄 서는 곳이 나온다.

3. 자가격리 안전보호 앱 다운 확인
이곳은 자가격리 안전보호앱을 깔아야지만 지나갈 수 있는 곳. 나는 앱을 미리 다운 받아왔기에, 인적사항만 거기서 빨리 입력하고, 서 있는 분에게 다 입력했다고 검사 받고 통과.

4. 자가격리 위치 및 신원 정보 확인
그러면 또 창구가 있다. 이 분에게 모든 서류를 내미니, 국내 연락처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한다. 나는 엄마 번호를 적었고, 엄마가 전화를 받자 그 분이 나와의 관계가 어떻게 되시냐 물음. 그리고 내가 적은 자가격리지 주소 맞냐고 확인. 어차피 나는 부모님 댁에 가지 않고 혼자 있지만 다른 가족과 같은 장소에서 격리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그럼 이걸 격리라고 할 수 있나? 아무튼... 잠시 옆으로 샜는데, 그 분이 핸드폰 보여달라 해서 건네주니 앱에 입력된 정보와 양식에 적은 정보를 비교한 후 오케이. 입국 24시간 내에 코로나 검사 받으라고 고지를 하심.

5. 자가격리 통지서 작성
그러고 지나가면 또 창구가 나온다. 여기서 자가격리통지서를 작성. 다 적은 것을 창구에 있는 분한테 확인 받으면 입국심사대로 넘어갈 수 있다.

6. 입국심사
입국심사대 직원이 자가격리통지서는 가져갔고, 뭐 난 대한민국 국민이니 얼굴 확인하고 통과.

7. 수하물 찾기
이게 한 15분도 안 걸린 것 같은데 짐 찾는데 오니까 짐이 벌써 나오고 있었고 내 짐은 이미 나와 있었다. 아무리 공항이 한산하고 승객도 적고 다들 짐 적은 학생들이었다지만 그래도 우리 나라 일 하시는 분들 진짜 빠르다. 역시 K-상하차의 위엄인가. 외국 공항에서는 입국심사 다 하고 와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착륙하고 내 짐 나올 때까지 한 30~40분 걸리는 경우도 많음.

8. 세관신고서 제출
내 짐 집어들고 기내에서 쓰지 못 했던 세관신고서를 작성. 세관신고서를 받는 세관원 분의 미소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짐. 나는 엑스레이 검사고 뭐고 없고 그냥 지나왔다. 이번 토론토 출발 탑승객은 95프로 학생이라는 정보가 미리 보고가 돼서 그런 건지 왠진 모르지만 딱히 검사 하는 분이 없고 다 패스 패스 분위기.

9. 자가격리지로 이동 방법 확인
입국장으로 나오니 지역 별로 교통편 안내 데스크가 쫙 있다. 안내 하시는 분이 어디로 가냐 묻고 몇 번으로 가라고 안내 해주심. 경기도 데스크는 제일 끝에 있었다. 그 분이 어떻게 갈거냐 물으셔서 버스 탄다니까 4시 35분에 다음 차 있다고... 급하게 왔는데도 아직 40분이나 남았다. 카드 있냐, 있으면 자판기에서 표를 사라고 하신다. 문제는 거기 안내문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서 얘기를 해야 방역택시가 나를 역에서 자가격리지로 이동시켜 준다는데 내가 한국 국내 번호가 없는 것. (물론 국제 전화를 할 수는 있지만 그건 좀... ) 내가 한국 전화가 안 된다 그랬더니 그 분이 자기 핸드폰 빌려주셨다. 이 글을 빌어서 다시 한 번 감사 드린다.

범계역까지 한 시간 좀 안 걸린다고 표 판매기에 쓰여있어서 전화 받는 분한테 그렇게 얘기했더니 5시 반쯤 도착으로 택시기사한테 얘기하겠다 하신다.

휴... 너무 빨리 움직였더니 땀이... 그리고 확실히 한국이 난방을 잘해준다. 토론토 공항 보다 훨씬 더워서 외투 벗고 대기했음. 갑자기 영하 8도인가로 떨어져 추운 날씨였지만 버스 시간 10분 전에 나가서 대기하는데 오히려 시원했다. 역시 난방은 K-난방이여.

버스에는 나와 다른 여자분 한 분 밖에 없어서 그 큰 버스를 타고 가는 게 기사님께 미안할 정도였다. 9400원인가 밖에 안 하는데, 그럼 캐나다 달러로 10불 정도 밖에 안 하는 건데 집까지 데려다 주고 진짜 저렴함. 코로나 전에는 이 리무진 버스들이 막 15분, 30분에 한 대 다니기도 하고 그랬는데 4시간에 한 대인데 두 명... 이 적자를 어찌하며 일하시던 분들은 다 어떻게 됐을까 씁쓸해졌다.

안양으로 가는 길은 하나도 막히지 않았고, 범계역에 도착하니 택시 한 대가 이미 비상등을 켜고 도로가에 정차되어 있었다. 기사님 친절하시고, 짐 후딱 싣고 자가격리 하는 장소로 이동.

진짜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빨리, 대기 시간도 거의 없이 이뤄져서 편하고 순조로운 일정이었다.

나중에 사용해 보니 앱은 좀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느꼈다. 쩝. 유즈케이스 기획이 안 된듯. 데이터 수집 및 위치 전송에 불과한 앱인데 쫌만 시간을 투자하면 훨씬 혼란이 적을텐데... 보건소와 연동이 안 돼 있어서 보건소 연락은 따로 온다. 검사 받을 날 되면 앱에서 알람 오게 하여 전자문진표를 미리 작성하게 유도 하면 될 것을, 선별진료소 현장에서 입력하라 난리다. 알람 개발이 조금 어려우면 전자문진 양식 링크만이라도 넣고 코로나 검사 전 제출 버튼 넣으면 현장에 입간판 그렇게 많이 안 세우고 직원이 뛰어다니며 고지 안 해도 되고. 이게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전혀 아니기 때문에 개발자로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

이런 건 부처 간 통합 태스크포스 팀 만들어서 대응했음 좋지 않았을까 싶다. 사용자가 입력한 정보를 담당 공무원, 보건소 담당자, 당사자가 한 곳에서 열람 및 이용 가능하게 포탈 식으로 자가격리/코로나검사 등록/검사결과 확인을 한 곳에 해놓으면 될 터인데 다 따로임. 코로나가 이리 오래 갈지 몰라서 그런 식으로 안 한 건지 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