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화요일 저녁 6시 25분 비행기를 타고 토론토로 다시 왔다.
웹 체크인을 미리 했기 때문에 수하물만 부치면 되었는데, 내가 약 2시간 40분 전에 도착했고 그 때가 제일 줄이 길었던 것 같다. 역시 한국 사람들 부지런해. 그래도 뭐 한국 사람들 워낙 빨리빨리라 한 25분 밖에 안 걸렸던 것 같다.
여기서 좋은 팁 하나.
기내에 폼롤러 갖고 타도 된다!
한국에서 별 생각 없이 캐리어에 들어갈 줄 알고 90cm 짜리 폼롤러를 샀는데 29인치 짜리에 안 들어감.
원래 운동장비는 실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이걸 수하물로 부쳐야 하나 어쩌나 모르겠어서 일단 들고 가봤다. 안 되면 엄마가 도로 가지고 가면 되니까. 근데 카운터에서 물어보니 갖고 타도 된댄다. 혹시 오버헤드빈에 안 들어가면 승무원 용 옷장이 긴 게 있으니 거기에 보관해달라고 말하라고. 앗싸! 기내에 들어가서 오버헤드빈에 넣어 보니 가로로 자알~ 쏙 들어감.
인천공항은 여전히 썰렁했고, 입국장도, 검색대도, 출국 심사도 줄 하나 없이 그냥 통과였다.
기내는 승객이 전반적으로 1/3 정도 차있었고, 눈치싸움 열씸히 한 덕에 올 때도 3인 좌석을 혼자 다 쓰고 올 수 있었음.
근데 이번엔 아무리 중간에 누워왔어도 다리가 붓고 좀 힘들긴 한 걸 봐서 내 몸 컨디션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물론 비행도 조금 흔들림이 있긴 했음. 이게 아주 없을 수는 없겠지... 한국 갈 때가 정말 특이한 경우였다.
비행기가 준비가 좀 늦어져서 약 20분 늦게, 6시 45분 쯤 출발했고, 도착은 토론토 시간 저녁 5시쯤에 했다. 12시간 살짝 넘게 걸림.
기내식은 한국 출발이라 좀 기대를 했는데, 음.... 이것도 맛 없었다. 에어캐나다가 그런가, 아님 KAL 케이터링도 예전만 못 한 건가.. 그것도 아님 내 입맛이 문제인가? 저녁 식사로는 늘 그렇듯 소고기/닭고기 중 선택, 아침은 김치밥과 오믈렛 중 선택, 중간에 모닝빵 같은 빵에 달걀과 양상추잎 하나 넣은 샌드위치 작은 게 하나 나오고, 물과 과자는 갤리 제일 뒷편에 준비되어서 아무 때나 가서 집어먹을 수 있었음.
이번엔 영화도 진짜 볼 게 없었다. 그래서 <이터널스>랑 <듄> 봤는데, 음... 이터널스 이거 진짜 재미 없고 매력 없어서 2편도 전혀 기대 안 되고 - 플롯도 너무 시시하고 주연 배우들 카리스마가 없음. 아이언맨이 인기 많았던 건 로다쥬가 8할 아니었겠느냐는... 그런 캐릭터가 이터널스엔 없다. 듄은 그냥 기괴하다? 너무 템포가 느리고 특별한 사건 없이 진행되니 지루해서 중간에 끌까 생각도 했는데 어찌어찌 다 보긴 다 봤다. 그래도 희한하게 뒷 얘기가 좀 궁금하긴 함. 이것도 플롯은 뻔할 뻔 자였는데, 정권 차지를 위한 가문간의 대립, 신하의 배신, 음모, 선택 받은 메시아의 출현, 대대적인 반정을 통해 노예처럼 살던 사람들을 이끌고 기득권에 대항하여 싸움. 이런 거는 성경에서부터 지금까지 하도 우려 먹어서 구멍이 숭숭 뚫린 사골같은 소재 아니던가. 보면서 블레이드 러너가 떠올랐는데 나중에 찾아 보니 감독이 같은 감독. 어쩐지... 스타일이란 게 지문처럼 박혀 있는 거구나 싶네. 근데 하여튼 너무 기이하고 기괴해서 (특히 음악) 2편 나오면 볼 것 같긴 하다.
기내에 사람이 별로 없기는 했지만 입국심사 줄은 또 어떨지 모르기 때문에 경보 신공을 발휘해서 입국심사장으로 갔고, 거기 가면 키오스크가 수 십 대 있으니 거기에서 세관 신고도 하고 본인 신상도 입력하고 사진 찍고 영수증 받으면 된다. 영주권자는 여권 말고 영주권 카드 스캔하면 됨.
그러고 나면 입국심사관 앞에 줄 서는데, 심사관이 물어본다, 너 한국에서 바로 온 거니? 응. 한국에 얼마나 있었어? 40일 정도. 그랬더니 내 여권에 스티커 붙여주고 가랜다. 이것이 PCR 검사 당첨 스티커인줄 당시엔 몰랐었다. 입국할 때 별 질문을 안 한다는 것 하나는 영주권자가 되고 느낀 확실한 장점이다.
그리고 나와서 짐 찾기. 착륙하는 비행기도 별로 없으면서 착륙해서 내 짐 나올 때까지 40분이나 걸렸음. 입국 심사까지 통과하는데 15분도 안 걸렸으니 거기 회전벨트 (캐러셀) 옆에 서서 20분 이상 기다렸다. 한국에선 입국심사 받고 왔더니 내 짐이 이미 나와 있었는데. 15분도 안 걸려서. 역시 이런 건 한국이 최고다. 혹자는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이런 것들은 결국 시스템과 절차의 문제다. 신속하게 일이 해결되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과 동선을 찾아야 하는 것이고 그건 머리로 하는 거지 몸으로 하는 게 아님.
짐 끌고 통로 지나가니 직원이 오른쪽으로 가라고 한다. 내 앞에 가던 여자분 둘은 여권에 연두색 스티커 붙어 있었는데, 그건 통과 스티커였던 듯. 그 사람들 보곤 니넨 그냥 저 문 열고 나가라고... 내 추측이지만 한국에 40일 있었다고 하니 검사 받는 데로 보낸듯. 나 어제 검사에도 음성 나왔는데!!!
그렇게 줄을 좀 서 있으니 직원이 와서 나보고 스위치 헬스 했냐고 묻는다. 그게 뭐냐 물으니 검색해서 가입하라고... 그래서 구글에서 "Switch Health" 검색해서 나온 사이트 들어가서 (앱이 아님. 그냥 웹사이트임) 가입하고 로그인 하고 신상정보 적고, ArriveCAN에서 정보 입력하고 받았던 영수증 번호 입력하고... 이것 때문에 오히려 10분 정도 기다린 듯. 줄은 빨리빨리 줄어서 별로 기다리진 않았다.
근데 내 뒤에 서 있던 백인 노부부, 겁나 화내면서 뭘 또 하냐, 다 했는데 뭘 가입하라는 거냐, 니네 지금 내 권리를 침해하고 있어! 이러면서 화내고 싸움. 물론 나도 내 개인정보 계속 털리는 게 기분 좋지는 않은데, 아 뭐 어쩌겠냐고요. 그럼 그런 사람들은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 유튜브 이런 거 다 쓰지 말고 21세기 이전처럼 살면 될 것 아닌가? 인터넷과 핸드폰을 이용한다는 거 자체로 이미 내가 누구고 어디서 뭐하는지 까발리게 되는 거고, 누구든 맘만 먹으면 다 알 수 있게 된 건데 뭔 차이인지. 본인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물이나 스파이 아니고서야 뭔 상관이냐 싶다.
창구에 가니 테스트킷 주면서 저쪽으로 가랜다. 그쪽으로 가서 또 코 검사를 받았음. 한국과는 다르게 코 앞 쪽에서만 면봉 같은 거 빙빙 돌려서 콧물 채취해감. 양쪽 코 다. 목은 안 했다. 하 나 진짜... 불과 하루 전에 검사 받았는데 또 으휴... 지겹다 진짜. 오미크론이 동네방네 다 퍼진 마당에 뭣하러 입국자 검사 하는지 이해할 수 없음.
그렇게 다 끝내고 나오니 딱 한 시간 지나 있었고, 공항에서의 코로나 검사 결과는 그 다음 다음날 새벽 3시쯤 (대략 33시간 후) 문자와 이메일로 통보되었다. 캐나다는 한국과 같은 자가격리는 없다. 테스트 결과가 음성 나올 때까지만 집에 있으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