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6일, IMF에서 한국 집값이 10% 하락한다고 했다는 기사가 모든 언론사에서 쏟아졌다.
그래서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원문을 찾아 보았는데, 결론부터 얘기하면 몇몇 기사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해당 내용은 (싱가포르 시간) 2022년 12월 15일에 IMF에서 있었던 컨퍼런스에서 다음 제목으로 발표되고 보고서로 발간 되었으니 컨퍼런스 영상과 보고서를 확인 하고 싶은 사람은 직접 보면 된다.
일단 문제의 부분부터 찾아 보자.
보고서 11쪽, 이 부분이다.
"Overall, housing price-at-risk analysis suggests that since the start of the pandemic, downside risks to housing prices have risen significantly in many AEs. Figure 9 shows the change in the 5th percentile of house price growth since the start of the pandemic for each country in our sample, using fitted values from the quantile regressions. As of 2021:Q4, downside risks to housing price growth have increased significantly: four-quarter- ahead house price growth is predicted to be about 20 percentage points lower in New Zealand than it was at the start of the pandemic and about 10 percentage points lower in Australia and Korea. The deterioration in housing price-at-risk mainly reflects greater misalignment, with momentum effects from strong lagged prices mitigating the effects of misalignment to some extent (Figure 10)."
"종합적으로 볼 때, 위험 주택 가격 분석은 팬데믹 시작 이래로 많은 선진 경제국에서 주택 가격 하락 위험이 상당히 증가하였음을 시사한다. 그림 9는 분위수 회귀의 적합치를 사용하여 우리가 가진 표본에서 각국의 팬데믹 이래 하위 5% 주택 가격 상승의 변화를 보여준다. 2021년 4분기 기준, 주택 가격 상승에 대한 하락 위험이 상당히 증가하였다: 향후 4분기 주택 가격 성장은 팬데믹 시작 때에 비하면 뉴질랜드에서는 약 20% 포인트 낮고 호주와 대한민국에서는 약 10% 포인트 낮은 것으로 예측된다. 위험 주택 가격의 악화는 주로 더 큰 불일치를 반영한다. 강한 후행 가격이 불일치 효과를 어느 정도 완화함으로써 생기는 지속 효과와 함께."
그러니까 일단 우리 나라에서 어떤 기사가 "앞으로 10% 빠진다" 했다면 이것은 전부 틀린 정보다. 2021년 4분기에서 향후 4분기 => 2022년 4분기까지이므로 "앞으로"라고 한다면 지금부터 앞으로라고 당연히 오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2021년 4분기 시점에서 예측하길 2022년 4분기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약 10% 떨어진다는 것이다. 근데 대체 뭐랑 비교해서? "팬데믹 시작 때와 비교해서."
차트를 보자.
그림 9. 위험 주택 가격이 아시아 태평양, 특히 선진 경제국에서 상당히 악화되었다.
(2019년 4분기와 2021년 4분기 사이 향후 4분기 실질 주택 가격 상승률 변화)
우리나라는 왼쪽 1. Advanced Economies (선진 경제) 쪽에 분류되어 있고 KOR, 회색선이다.
본문에서 말한 2021년 4분기가 X축 제일 끝에 있는데, Y축 대응값을 보면 -10까진 안 되고 대략 -9 정도 되는 것 같다. 이걸 그래프로 선으로 이어서 더 헷갈리는 감이 있는데, 그건 점점 하향 추세가 심해진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지 실제 가격이 저런 추세로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그래프 해석이 어떻게 되느냐, 한국 것만 보면
2020년 1분기 때 약 0.8% => 4분기 후 (2021년 1분기)는 19년 4분기와 비교하여 약 0.8% 상승
2021년 1분기 때 약 -4% => 4분기 후 (2022년 1분기) 는19년 4분기와 비교하여 약 4% 하락
2021년 4분기 때 약 -8% => 4분기 후 (2022년 4분기)는 19년 4분기와 비교하여 약 9% 하락
이런 식으로 예측한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2019년 4분기 가격과 2022년 4분기 가격을 비교하여 주택 가격이 약 9% 정도 하락 했으면 이 모델링의 예측은 상당히 잘 맞는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 대체 이 주택 가격이 뭐다? IMF에서 표본을 추출한 가격들이고, 또 5th percentile, 즉 주택가격분포도(정규 분포 생각하면 됨) 에서 하위 5%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산출한 것이다.
보고서 42쪽에 부록으로 Annex Table 2.1. House-Price-At-Risk: 5th Percentile Panel Quantile Regressions (부록 표 2.1. 위험 주택 가격: 하위 5% 패널 분위수 회귀) 뿐만 아니라 Annex Table 2.2. House-Price-At-Risk: Median Panel Quantile Regressions (부록 표 2.1. 위험 주택 가격: 중앙값 패널 분위수 회귀) 도 있으니 통계에 관심 있는 사람은 찾아서 보시면 됨.
이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향후 4분기 및 8분기 주택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 소개 한다. 그 중 5개가
- 주택가격과 소득 불일치: 불일치률이 1% 상승하면 하위 5% 주택 가격의 향후 4분기 주택 가격 상승률은 선진 경제국에서 1.2% 감소함
- 단기 금리: 1% 상승하면 향후 4분기 주택 가격은 0.7% 감소함
- 잠재 경제 성장률 - 실질 경제 성장률 : 양수면 (잠재 경제 성장률 보다 실질 경제 성장률이 낮으면) 주택 가격 감소와 연관
- 가계 신용: GPD 대비 가계 신용은 신흥국에서는 별로 영향 없고 선진 경제국에만 장기적으로 영향이 있음
- 주택 가격 탄력: 더 높은 지연 주택 가격 상승은 미래의 더 높은 가격 상승과 연관 있음.
그림 10을 보자
가격 불일치가 아시아에서 하락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
(2019년 4분기와 2021년 4분기 사이 위험 주택 가격 변화에 기여 정도)
한국의 막대그래프를 보면 소득 대비 가격 불일치(초록색)이 -1 에서 -14 정도로 절대값 13 정도, 그리고 가계 신용이 1 정도로 하방 요인이고, 상승 요인은 그전까지 매우 상승했던 후행 주택 가격 반영이 4, 잠재 경제 성장률-실질 경제 성장률 차이가 1 정도, 그리고 의외로 매우 낮았던 금리는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온다. 그래서 상승요인 14 빼기 하락요인 5 하면 (14-5=9) 해서 -9% 정도 하락 예측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20년과 21년, 2년간의 금리가 이 기간 주택 가격 상승에 크게 기여한 요인으로 보지 않은 것은 2019년 4분기나 2021년 4분기나 시장 금리가 별 차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되고, 따라서 올해 있었던 주택 가격 하향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요인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불일치라는 것을 이 모델은 보여준다.
보고서는 계속해서 단기 금리가 3% 인상되면 선진 경제국의 향후 8분기 주택 가격 상승률이 5%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이 중요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원하는 IMF의 진짜 "향후 전망" 은 8분기 동안, 즉 21년 4분기 대비 23년 4분기에는 5% 이상 (최소 5%)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이다. 근데 21년 4분기 코픽스 금리가 1%가 채 안 됐던 게 현재 4.34%까지 올랐으니 이미 1년만에 3% 이상 오른 것인데...앞으로 금리가 더 오른다면 5% 이상도 떨어진다는 예측이 나온다.
그림 11. 금리 상승은 주택 가격 하락 위험을 더 증가시킬 수 있다
(다른 기간 동안 단기 금리 3% 상승이 주택 가격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 백분율)
우리 나라는 선진 경제에 분류해놓았으니 노란 상자 안을 보면 중앙값은 향후 4분기 1% 미만, 향후 8분기 3프로 정도, 하위 5% 값은 향후 4분기 2%정도, 8분기 동안 5.5% 정도 하락 예상하는데, 중요한 것은 순전히 단기 금리 요인만 그 정도 하락 영향이 있다는 것이고, 여기에 실질 경제 성장률 악화 및 경제 침체로 인한 소득 감소 영향이 더해지면? 당연히 하락은 더 심해지겠지.
참고로 요번 보고서 내용을 오류 없이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 기사는 연합뉴스의 이 기사인 것 같고,
또 대체 이 "위험 주택 가격" (House Price-at-Risk, HaR) 이 무엇인지 이해하느라 두 개의 보고서에 나온 내용을 참고 했는데 통계를 통한 예측 모델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House prices at risk (HaR) is defined as a measure of downside risk for the growth of real house prices over a given horizon at a 5 percent probability, corresponding to the fifth percentile of the distribution."
"위험 주택 가격은 주어진 기간 동안 5% 가능성에, 가격 분포 중 하위 5%에 해당하는 실질 주택 가격에 대한 하락 위험의 척도로 정의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5% 가능성은 통계에서 말하는 유의 확률 (표본을 100개씩 100세트를 뽑아서 평균을 구했을 때 각 표본의 평균들이 가설로 정한 값 보다 잘 못 나오는 경우가 5 개라는 뜻. 즉, 잘못 될 가능성이 5% 이하면 이 가설은 우연이 아니고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면 됨. 95%에 해당하는 구간이 유의 구간이므로) 로 생각 되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잘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두 번째, HaR을 이용한 보고서다.
여기엔
"In general, house prices-at-risk refer to the lower fifth percentile of the city-specific distribution for a given horizon using the fitted t-student parameters"
"일반적으로, 위험 주택 가격이란 적합 t-스튜던트 (모 집단에 대해 평균치가 특정 값 뮤와 같음) 매개변수들을 사용, 주어진 기간 동안 도시 별 분포에서 하위 5%를 가리킨다."
라고 되어 있는데 적합 t-스튜던트 매개변수... 뮤.... 통계 전문 용어 모르겠다. 통계나 데이터 사이언스 잘 아시는 분은 뭔 말 인지 알듯. 아무튼 그렇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이 IMF 의 보고서가 단순 10% 하락, 이렇게 얘기하기엔 심오한 통계 분석 모델링을 사용하여 전망한 예측이라는 것.
일반적으로 지나간 일 얘기하는 건 예측이 아니라 분석이라고 여겨지지만 보고서에서 "예측" 이라는 단어를 쓴 거는 여기서 Housing Price-at-risk (위험에 처한 주택 가격) 모델을 이용, 과거 데이터를 가지고 2022년 4분기 현재 가격을 예측한 결과를 보고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 보다 미래를 말하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예측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예측"이라고 해서 반드시 지금 시점으로부터 미래 일을 전망한 게 아니라는 걸 유념했음 한다. 누가? 제목에 10% 하락이라고 쓰거나 본문 내용까지 틀린 일부 기자들 및 유튜브에 나오는 자칭 전문가들, 그리고 제대로 읽지 않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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