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캐나다가 개나다가 될 때 (feat. PRTD)

별을 보고 걷는 사람 2022. 2. 10. 22:17

PRTD 라는 것이 있다. Permanent Resident Travel Document - 영주권자 여행증명서.

 

캐나다 영주권자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서 영주권카드(이하 피알카드 - PR card), 우리로 치면 주민등록증과 같은 것을 입국심사대에 제시해야 입국 할 수 있다. 영주권자가 피알카드 없다고 관광객처럼 eTA 받고 그냥 입국하려고 하면 안 됨. 시도는 안 해봤으나 법적으로 안 된다고 하는 걸 굳이 하려고 하면 안 될 것으로 보임. 

 

이 피알카드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잃어버렸든, 잊고 안 가져왔든, 기한이 만료되었든, 아직 안 나왔든) 없는 영주권자는 해외에서 캐나다로 귀국할 때 영주권자 신분임을 증명하는 증을 입국 심사 때 보여줘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이 PRTD 다.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서 해외 어디든 캐나다비자센터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이 글은 PRTD 신청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글이 아니고 그 정도 정보는 VFS Korea (캐나다비자센터)에 문의하는 게 더 정확하고 빠르니 궁금한 사람은 VFS Korea 에 전화를 하든 이메일을 보내면 바로 자세히 알려줄 것이다.

 

나는 2020년에 한국에 나와 있던 중에 영주권자가 되었다. 그래서 캐나다로 돌아가기 위해 2020년 7월에 한국에서 PRTD를 신청 했고, 기억으로 주말 빼고 일주일도 안 돼서 내 손에 여권이 다시 돌아왔었다. (신청할 때 유효한 여권까지 같이 보내야함. 여권에 PRTD를 붙여주기 때문에. 그래서 이거 신청하면 나올 때까지 캐나다는 물론이고 다른 외국도 못 나감). 참고로 이 경우 그냥 eCOPR만 가지고도 입국 했다는 사람 얘길 보긴 했는데, 이런 사항은 매번 바뀌거나 사람마다 다르니 IRCC에 웹폼을 보내서 확답을 받길 바람. 나도 웹폼 보냈을 때 답장에 PRTD 받아 들어오라고 와서 그렇게 했던 거임.

 

PRTD

그렇게 캐나다로 돌아간 후 피알카드를 신청서를 우편으로 보냈는데, 문제는 이 그지같은 IRCC 에서 내 피알카드를 영 보내주질 않는 것이다. 

1년 넘게 기다림 ㅋㅋㅋㅋㅋㅋㅋㅋ

교민 카페에 보면 나 같은 사람 한 둘 아니다.

내가 좀 극단적인 경우긴 하지만 6개월 이상 걸린 사람들은 꽤 많다.

 

물론 이제는 피알카드 접수를 우편으로 받지 않고 e-portal 이라고 웹에서 받고 있고, 그래서 나 보다 한참 뒤에 영주권 받은 사람도 카드는 2주만에 받기도 하고 그랬는가 본데, 나는 어쨌든 우편으로 피알카드 신청서를 보냈었고, 이민국 직원들이 일을 신속하게 안 한다는 것. 코로나가 아주 좋은 핑계지. 아프간 난민도 핑계고. 이민 과정 겪었던 사람들 중 캐나다 정부의 일처리에 아주 이골이 난 사람들이 꽤 될 것이다. 너 말고도 이민 올 사람 많다는 게 기본적인 마인드인듯. 대민 서비스 그런 거 없다. 심한 말인 거 아는데 일처리 진짜 뭣같이 한다. 그렇게 일처리도 못 할 거면 왜 이민자는 한 해 40만 명이나 받아서 직원들 과부하 걸리게 하냐고. 뭔 대책을 해놓고 일을 진행해야지. 주택도 안 지으면서 이민자만 끊임없이 받는다. 그래서 토론토 월세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다. 그래도 빨리 건설 승인 안 내줘서 노후대비로 콘도 사놓고 외국인에게 월세 주면서 은퇴한 백인 베이비부머 세대들 먹고 살게 해주는 것, 이게 캐나다 이민 장사의 현실이다. 작년 초에는 CEC Express entry 합격 접수를 81점인가 말도 안 되는 점수까지 낮춰서 아무 생각 없이 파일 만들어 놨던 사람들 다 붙어서 개고생해서 점수 만든 사람들 바보 만들어 놓고, 그래놓고는 한꺼번에 너무 많이 뽑았단 생각 했는지 이제 최소 6개월 이상 뽑지 않겠다 했다는 듯. ㅋㅋㅋㅋㅋ 뭔 일을 이따구로 해...

 

본론으로 돌아가 1년 넘게 한국에 못 왔다간지라 더 이상 피알카드를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 생각해서 2021년 말에 한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PRTD 받아서 캐나다로 돌아가면 되지, 라고 생각했고, 자가격리가 끝나자마자 1월 5일에 PRTD 접수를 했다. 1월 7일에 서류를 받은 VFS 에서 내 경우에는 Solemn Declaration 을 작성해서 보내달라는 전화가 왔길래 근데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니 요새 3주 정도 걸린댄다. 그래서 읭? 이게 무슨 소리지? 재작년에 했는데 1주일만에 나왔고, 네이버나 카페 등지에서 검색할 수 있는 거 다 검색해봐도 1~2주면 나온댔는데.... 싶어 얘기하니 요새 좀 느리댄다. 대체 왜? 하지만 캐나다비자센터는 자기들은 그런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댄다. 그냥 서류 확인해서 전달해주는 역할만 하는 것일뿐인 듯. 

 

그렇게 2주가 넘게 감감 무소식. 불안해서 교민카페에 검색을 해봤더니 나 말고도 여러 명이 PRTD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IRCC 웹폼에 글을 올려 보고, 주 필리핀 캐나다 대사관에 이메일도 보내보고 별 짓을 다 해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심지어 웹폼 보냈더니 30일 안으로 답변 주겠다는 자동 메시지가 뜸. ㅋㅋㅋㅋㅋ 30일 ㅋㅋㅋㅋ 장난하나. 

 

결국 나는 회사에 보고하고 계획했던 출국 날짜를 미뤘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IRCC 에서 내 피알카드를 드디어 발송했다는 메시지를 1월 4일에 보냈기 때문에 캐나다 집에 피알카드가 와있겠지, 싶어 지인을 통해 한국 택배 서비스를 이용해서 한국으로 발송 받았다. 이것도 열흘 이상 걸렸지만 어쨌든 PRTD 보다 먼저 왔고, 구청에 가서 결국 멀쩡한 내 여권은 무효화시키고 긴급여권 만들어가지고 급히 들어왔다. 일반 전자여권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건 나오는데 3일 이상 걸리고, 만의 하나 피알카드가 배송사고가 나거나 한다면 일이 더 꼬여버릴 수 있기 때문에 내 손에 피알카드를 쥔 다음에 움직이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웃기는 건 그렇게 해서 2월 8일자로 귀국을 했고, 9일에 주 필리핀 캐나다 대사관에 이메일을 보내 내 신청 철회할테니 신청수수료라도 돌려달라, 니네 너무 오래걸려서 나 이미 캐나다에 돌아왔다, 했더니 이건 또 답장이 기가막히게 빨리와요. 4시간 만에 바로 답장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접수 진행되면 환불은 불가하고 게다가 네 신청서는 승인되었고 오늘 오후에 VFS 로 전달될 거야." 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웃기고 있네. 환불해달라고 항의 메일 보내니 그제서야 처리했겠지. 왜냐면 교민카페에 12월 말에 신청했는데 아직도 못 받은 분 있거든. 게다가 내가 3주 전에 보낸 이메일에 답장 줬던 게 월요일인 2월 7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코비드 19 때문에 일이 늦어지고 있고 언제 된다고 확답도 해줄 수 없다고 한지 이틀 밖에 안 됐는데 급 태세전환해서 이미 처리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오미크론 변이 때문에 의도적으로 서류처리를 지연 했는지, 직원들이 코로나 걸려서 못 나온 건지, 하다 못해 대사관에 도둑이라도 들어서 일을 제대로 못했는지 어쨌는지 그 내부 사정까지 알 수는 없으나, 생업이 있고 급한 사람들이니 PRTD를 신청을 하는 건데 한 달이 넘도록 남의 여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무작정 기다려라... 이런 말도 안 되는 행태를 어디다 민원을 넣을 수도 없는, 전화 걸어도 콜센터 직원들이 받고, 인터넷이고 관공서 어디고 서면으로 항의 제출도 받아주지 않는 그런 곳이 개나다이다. 한국 같았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처리가 벌어지는 곳. 개나다. 그래 뭐 백 번 양보해서 상황이 그렇게 됐다 치자고. 그럼 홈페이지 등에 공지할 수 있는 거잖아. 딴 거는 processing time 도 나오는데 PRTD는 그것도 안 나옴. 

 

내가 이걸로 인해 입은 정신적 고통이 정말 크다. 원치 않는 휴가를 2주 이상 연장해서 올해 남은 휴가를 다 써버렸고, 팀원들에게 미안하다 사과해야 했으며, 매니져한테 말하기 난처했고, 상황이 이러니 맘 편히 쉬지도 못 하고 여기 저기 전화 하고 이메일 보내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으며, 아 나 이러다 계속 캐나다에 못 들어가면 결국 회사에서 짤리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하며 좌불안석. 게다가 1월까지는 보건소에서 무료로 받을 수도 있었던 PCR 검사도 돈 내고 받아야 했고(11만원), 긴급여권 신청 비용 53,000원에 이건 단수 여권이니 1년 안에 일반여권 다시 신청 해야 되지, PRTD 신청하느라 쓴 돈도 사진값 포함해 12만원쯤 되는 데 결국 아무 의미 없이 버려진 돈이고, 피알카드 국제택배도 한 35불 들었고... 아 진짜, 이 글 쓰면서 또 깊은 빡침이 올라온다. 

 

혹시나 캐나다의 삶에 대해 환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이 생각하는 선진국 캐나다는 없다고. 정보통신 기술이나 사람들의 일처리는 진짜 대한민국을 따라갈 곳이 이 지구상에 또 없을 것이다. 우리 나라 공무원들이 다 고학력자들이고 국민들이 전반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것이 한 몫 하는 거 같다. 나도 외국에선 종종 "왜 일을 그렇게 해?" 라고 생각할 때가 자주 있다. 그리고 캐나다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해 별 불만도 없어 보인다. 말도 안 되는 절차나 불편함을 바꾸려는 생각도 의지도 없어 보이고, 내 기준 별 쓸 데 없어 보이는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는 목숨 걸고 화내는 음모론 신봉자들 많은데, 이 사람들은 그럼 구글도 안 쓰고 사는지 궁금. 구글이 당신 정보 가져가는 건 괜찮고?

 

근데 넌 왜 거기서 사냐, 그러면 음... 한국에 비해서 아직 확실히 캐나다가 나한테 맞는 부분들이 있기에. 나에게는 캐나다에서 취직하는 게 한국에서 취직하는 것보다 쉬웠고, 한국의 직장문화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절대적인 기준으로 캐나다와 한국을 비교했을 때 캐나다가 살기 좋다 이런 건 노노노, 한 10년 전까지, 많이 봐줘서 5년 전까지 얘기인듯. 게다가 지난 한 5년간은 한국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많이 선진국 수준으로 높아져서 (권위주의 타파, 약자 및 동물 보호, 여성/아동 인권 신장, 워라밸 등) 이제는 본인에게 더 맞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면 굳이 캐나다 이민이 한국인에게 메리트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니까, 개인적으로 캐나다라는 나라의 사회 분위기가 본인에게 더 잘 맞을 수는 있는데,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고생을 하더라도 캐나다의 삶이 한국에서 보다 낫다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개빡쳤던 개나다 이민국의 일처리 얘기, 여기서 끝. 

근데 이렇게 일하는 사람들도 돈 벌어 먹고 살 수 있는 나라이니, 그렇게 보면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거 같기도...

 

* 2월 15일 업데이트 *

드디어 PRTD가 붙은 내 여권이 한국의 본가에 도착했다 한다.

 

어차피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내 PRTD와 여권

타임라인을 보자면, 주 필리핀 캐나다 대사관에서의 처리 기간만 꼬박 한 달이 걸렸음을 알 수 있다.

 

1월 5일: 빠른 등기 발송

1월 7일: VFS 코리아에 도착 및 접수

1월 12일: 주 필리핀 대사관에서 수령 및 수속 시작을 알림

2월 10일: 주 필리핀 대사관에서 PRTD 처리 완료 및 CVO로 발송

2월 15일: 여권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