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아직도" 를 붙인 이유는 캐나다 이민의 실익이 "이제는" 한국 사람들한테 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깨달은 듯 하지만 (특히 코로나 판데믹 때) 대한민국은 경제적으로는 이미 선진국이고 치안, 복지, 여러 제도 면에서도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대한민국 복지가 말도 안 된다고 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의료 서비스나 교육 서비스, 긴급 생계 지원 면에서 서양과 비교해서 정말로 대한민국이 보편적 복지가 안 돼 있다 생각한다면, 확인도 안 해보고 뇌피셜 읊지 말고 실제로 비교해보길 바람. 사교육 비용이 심각한 건 아직까지 그래도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남아 있기 때문에 그 사다리 타려고 다들 기를 써서 그렇지, 서구 선진국처럼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지면 평범한 사람들은 사교육에 돈 안 쓰게 될 수밖에 없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가치 판단 이전에 당신이 원하는 사회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다만 보육과 요양 등 아이와 노인 돌봄에 있어서는 아직도 개별 가정의, 특히 여성의 무급 노동에 기대는 개도국, 후진국 형태를 벗어나지 못 하고 있는데, 이게 저출생의 원인 중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기득권이 자기들 세금을 덜 내고자 하는 의도에서 빚어낸 남녀 나눠 갈등을 유발하는 교활한 전략으로 사람들이 이 부분을 깨닫지 못 하게 만들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이 얘기는 주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니 각설하고, 요점은 사람들이 바라는 보육, 요양 문제 해결하려면 세금 더 내는 거 밖에 방법 없다는 거임.
캐나다와 한국의 경제를 비교해보자.
2021년, 인당, USD | 캐나다 | 한국 |
GDP | $45,871 | $32,305 |
GNI | $48,310 | $34,980 |
캐나다에 비해 한국 경제가 70%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캐나다와 한국을 1:1 단순 비교 할 수는 없는 거 아는데, 살아보면 신기하게도 물가나 임금이 한국 보다 캐나다에서 1.5배 정도 높은 가격에 수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개별 물건의 가격은 다 달라도 가계부 써놓고 비교하거나 살다 보면 여러 부분에서 그렇게 체감한다는 소리다. 기본적으로 한국 보다 물가가 더 높고, 특히 공산품과 각종 서비스 비용은 한국 보다 훨씬 비싸다. (관련 글: 공산품이 비싼 캐나다) 그리고 세금은 더 비싸다.
2022년 온타리오 주의 최저시급은 15.50 (CAD)다. 원으로 환산하면 오늘 (12월 17일) 기준으로 14770원. 한국 최저시급이 9160원이니 이것도 기가막히게 1.5배 수준이다. 1.5배 보다 조금 더 되지만 그거는 올해 원화 가치가 캐나다 달러화 가치 보다 더 떨어져서 GDP, GNI 모두 작년보다 차이가 더 날 거기 때문에 결국 얼추 비슷할 거라 예상된다.
그러므로 캐나다에서 연봉 1억은 자랑할 게 못 된다. 한국에서 7000만원 연봉 받는 사람과 비슷한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음. 캐나다에서 부부 합산 연봉 1억 5천은 돼야 한국에서 1억 버는 부부와 삶의 질이 비슷하다는 거다.
최저시급 받는 일을 하면 가계 상황이 어떻게 되나 보자.
$15.50 x 주 37.5시간 x 4주 = $2,325
휴가 안 가고 주 5일씩 일했다고 치면 연봉으로 $30,225, 세금 떼고 손에 쥐는 돈은 $25,181, 월수입 $2,098 다.
근데 월세가 얼마다?
현재 토론토 시내에서 배철러 (스튜디오) 가격은 $1400~$2000 수준.
지하거나 치안 안 좋은 곳엔 그 이하도 있고, 위치 좋은 고급 콘도는 그 이상 가격도 있다.
집 하나에서 여럿이 룸 셰어 하면 1000불 이하지만 커플이면 몰라도 애 데리고 방 한칸에 살 순 없겠지.
가족끼리 와서 방 2,3개짜리 아파트를 렌트 한다면 외진 곳의 노후된 아파트라도 한달 2000불 이상, 하우스는 3000불 이상.
최저시급 받으면서 일하다간 월세 내고 생활비 쓰면 답이 없다는 계산이 나올 것이다.
서비스직, 단순 노무직 등 최저시급 주는 일은 학생, 워홀러, 가계에 '보탬'이 되고 싶은 주부, 은퇴 노인들이 임시로 할만 한 일들이지, 이런 일들을 '업'으로 삼아서 캐나다에서 평생 먹고 살 수 있다 생각하는 사람은 설마... 없길 바란다. 그러니 캐나다에 가서 햄버거 패티만 뒤집어도, 빌딩 청소를 해도 캐나다에 사는 게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낫다고 생각할만한 절체절명의 이유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경제적인 이유로 캐나다 이민을 고려한다면 심사숙고 해보길 바란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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