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아직도 캐나다 이민을 꿈꾸고 있다면 3: 한국에서 뭐가 맘에 안드는데?

별을 보고 걷는 사람 2022. 12. 19. 03:31

아직도 캐나다 이민을 꿈꾸고 있다면 2편에 이어 그렇다면 대체 어떤 사람이 캐나다로 이민 가면 상대적으로 불만족, 혹은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을까, 문화와 가치관 면에서 내 생각을 적어 보도록 하겠다.

 

 1편에도 말했지만 단순 경제적인 이유로 이민을 고려한다면 진짜 진짜 잘 따져봐야 된다. 뭐 그렇게까지 따질게 있냐,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냐, 원래 일단 실행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이런 말들도 일리는 있는데, 이거 역시 한국 사람들 종특이라고나 할까? 워낙 고도성장을 이뤘던 나라의 국민들이라 그런가 위험관리 (risk management) 면에서 정말 한국 사람들만큼 둔감한 사람들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 면에서 중국도 비슷할 거 같긴 하다)

 

과거 한국은 일단 저지르면 어떻게든 해결이 됐었다. 경제가 계속 성장을 하니까. 사업이 망해도 몇 년 후면 재기할 수 있었고, 실직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근데 이게 IMF 이후에 뭐다? 사실상 한 번 낙오하면 재기가 힘들어졌다는 거다. 요새 젊은이들이 도전을 안 한다 어쩐다 꼰대소리 하면 안 되는 이유도 이거다. 이미 경제는 저성장 국면에 접어 들었는데, 만약 캐나다에서 잘 안 돼서 역이민을 하고 싶다, 근데 내 나이는 마흔이 넘었다... 그럼 한국 다시 가서 뭐 해서 먹고 살 것인가? 그래서 위험관리 차원에서 캐나다에서 혹시나 일이 잘 안 풀려서 한국에 역이민 가더라도 사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 또는 정말 한국을 떠나는 게 아쉬울 게 없는 사람이라야 기본적으로 캐나다의 삶에 만족을 할 수 있다.

 

 이게 안 되는 사람들이 심보가 어떻게 되냐면 한국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마음에 가면을 씌우고 사사건건 캐나다와 비교하며 한국과 한국 사회를 증오하거나 한국에 사는 한국인들에 이상한 우월감을 표출하는, 사실은 열등감에 쩔어 사는 속이 배배 꼬인 검머외가 된다. (실제로 교포들 중에 꽤 있음)

 

 철저한 조사와 준비 없이 그냥 캐나다로 왔다간 월세로 정착금 다 털리고 한인 사기꾼이나 악덕업주에게 이용 당해 몸 상하고 마음 상하고 질려서 돌아가게 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캐나다에 왔다가 돌아간 이민자들이 25% 정도 된다는 발표도 있다. 이 중 한국인의 비율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상당히 높을 것이라 예측한다. 왜냐면 개도국 출신과는 달리 요근래 한국 사람들이 경제적인 부분에서 캐나다에서 만족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사업이든 직장이든 이미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캐나다 이민 비추 1순위다. 이런 사람들한테는 괜히 헛바람 들지 말고 캐나다에 여행이나 가든지, 정 살아보고 싶으면 단기 거주 방법을 알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직장에 안식년 같은 기회가 있으면 그거 이용해서 1년 정도 살아 보든지, 아니면 미국 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영어 + 학위 등 스펙을 올리거나. 하지만 후자의 경우 캐나다의 교육 수준이 미국을 따라갈 건 아니기 때문에 역시 잘 따져봐야 함. 뭐든 투자한 만큼 결과 뽑는다고 생각하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한국에서 좋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근데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같은 사춘기 청소년 같은 심정이 드는 사람이라면 이민을 생각하기에 앞서 지금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찾아 보길 바란다. 명심할 것은 도망쳐 간 곳에 낙원이란 없다는 명제다.

 

 두번째 캐나다 이민 비추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한국 남자다. 상대적으로 이민 가면 남자 보다 여자가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있다. 이거 읽는 남자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한국에서는 남자가 기득권이다. 최근 몇 년간 남자가 역차별을 받는다는 둥 헛소리 하는 젊은 남자들 많아졌는데, 진짜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캐나다든 서구 어느 나라든 한 번 가서 살아 보길 바란다.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한국에서 하던 고대로 살다가는 아마 자아 정체성에 불안과 좌절을 느끼며 자존감이 박살나는 경험을 하고 우울증에 걸려서 곧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원래 기득권, 특권이라는 게 별거 아니고 가지고 있을 때는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거다. 없어져야 느끼지. 

 

 반대로 여자들은 한국에서 보다 훨씬 큰 자유를 느낀다. 일단 성범죄 면에서 한국 보다 훨씬 훨씬 안전하다. 공중 화장실 불법 촬영 카메라 걱정 안 해도 되고, 여자 혼자 사는 집에 침입해서 성폭행? 그런 뉴스를 적어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본 화장실 불법 촬영 범죄 기사가 작년에 한인 스시집 남자 주인이었음.) 직장에서 성희롱, 성추행도 없고, 남자한테 윽박지름 당하거나 개무시 당한 경우도 없다. 기본적으로 남자가 여자한테 언성을 높이면 나쁜놈 되는 거고, 혹시 손찌검이라도 했다 그럼 쓰레기 취급임. 물론 불쾌한 일이 당연히 있는데, 그런 경우는 여자라서라기 보다는 영어가 원어민이 아니고 아시안이라서 인종차별 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자 외모로 품평회를 여는 경우도 없고, 능력만 있으면 나이 좀 먹어도 취업의 기회가 열려 있어서 한국처럼 여자 나이 서른 넘으면 신입으로 취업도 안 되는 그런 문화도 아니고 결혼이나 출산하고 나면 나가리 되는 경력 단절 문제도 없다. 그렇다고 이걸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캐나다가 여성 대상 범죄 청정지역이라는 거는 절대 아니다. 당연히 범죄는 어디에나 있다. 또 캐나다가 무슨 여성 우월 주의나 여자가 혜택을 받는 문화인줄 안다면 그것 역시 아니다. 현재 지구상에 여자가 남자 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음. 

 

 그래서 난 남자에게는 어지간해서는 캐나다 이민 추천 안 한다. 캐나다 이민으로 성공할 노력을 한국에서 한다면 뭘 못 먹고 살겠는가. 남자가 캐나다에서 중산층 진입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실력 + 기술이면 한국에서도 잘 먹고 살 수 있을텐데 가족, 친구 떠나 쓸쓸히 왜? 그런 남자가 있을지 모르겠다만 "난 한국 문화가 내 정서에 죽어도 안 맞아서 못 살겠다." 하는 남자면 캐나다에서 만족할 지도 모르겠다.

 

반대로 여자는 뭔 일을 해도 영어만 좀 된다면 한국에서 보다 수입이 훨씬 더 높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훨씬 적을 거다. (한인업체 제외) 서비스직으로 시작해도 근무환경이나 처우가 나쁘지 않고, 보육이나 의료 쪽도 근무 환경, 워라밸이 훨씬 좋고, 공부 잘 하는 사람은 IT, 법률, 회계 등 전문직에 도전해도 좋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가정주부로 애 키우며 살고 싶고 밖에서 돈 버는 일 안 하고 싶다 하는 여자는 선진국으로의 이민은 꿈도 안 꾸는 게 좋을 듯. 선진국에서 이렇게 살으려면 남편 혼자서 아주아주 잘 벌어야 된다. (아니면 물려받은 유산이 많든가 건물주라든가...)

 

 애들 교육 때문에 => 이 경우는 패스하도록 하겠다. 자식 일이 관여되면 냉철한 판단이 안 되기 마련이고, 어떠한 희생을 감내해서라도 자식한테 좋은 환경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게 마련이니까. 다만 본인의 경제적 사정: 1편에서 얘기한 부분을 고려해보고 무리하지 말길 바란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치솟은 집값과 임대료 때문에 보육비 받으면서 살으면 어찌어찌 살아지던 시대는 지났다.

 

 물론 BC주나 온타리오주 중에서도 밴쿠버나 토론토 생활권이 아닌 소도시 상황 다르고, 새스카츄완, 매니토바 등 중앙 내륙 지역 주나 뉴브런즈윅, 노바 스코샤 등 아틀랜틱 주의 상황 또 다르며 그 중에서도 시골로 간다면 또 다른 이야기지만, 그런 곳은 보통 추위가 혹독하고 겨울도 길고, 진짜 심심하다는 거, 그리고 한국 음식 조달이 어렵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자녀 교육/양육 문제는 환경도 환경이지만 결국엔 돈 문제다. 자식한테 올인하면 본인 인생은 아무래도 좋다는 건가? 또 노후는 어쩔 건가? '캐나다가 아이들 키우기에 한국 보다 낫다', 이 말은 정말 진지하게 꼼꼼히 따져봐야 할 "신화"다. 

 

4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