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서
캐나다가 이민자를 왜 받아주겠는가? 그거부터 생각해봐야 함.
호주는 진작에 깐깐하게 닫아버렸고, 미국도 트럼프 때부터 많이 닫았는데 캐나다만 엄청나게 이민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왜일까?
받아준다고 해서 좋다고 무조건 간다면 호구가 되기 쉽상.
세상에 공짜 없고 내가 내어줄 것이 있어야 그쪽도 내게 무언가를 내어준다는 건 인간 사회의 이치다.
세상 어느 나라든, 역사를 봐도 기본적으로 원주민이 기득권이고 이민자는 일정 정도 착취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세상 어느 나라가 이민자들에게 "어서옵쇼" 하며 모든 권리를 다 주고 부자가 되게 해주겠는가? 캐나다 정부가 원하는 건 베이비 부머 세대의 대량 은퇴를 맞아 그들의 자산: 집값을 떠받쳐 주고, 월세로 그들의 소득을 보전해주고, 세금으로 그들의 연금을 내주고, 여자들의 노동력으로 그들에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남자들의 노동력으로 육체노동 서비스를 제공해줄 이민자들이다. 3D 업종에 일하더라도 자국에 사는 것 보다 캐나다에 사는 게 인프라와 복지 감안하면 훨씬 나은 나라의 사람들에겐 이것도 나쁜 선택이 아니다. 근데 한국 사람들에게 이게 과연 만족스러운 삶일까?
그러니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여기서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
뭐가 어찌됐든 손가락 빨며 살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세상 어디를 가든 내 몸 뉘일 집이 있어야 되고, 나를 먹여 살릴 생계 수단이 있어야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한 큰 고민 없이 "일단 가면 다 어떻게 살아지겠지..." 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정말 없길 바란다. 이런 생각이 통했던 때는 2000년대 이전, 한국이 캐나다 보다 훨씬 못 살았을 때, 한국이 아직 개도국이었을 때, 뭘 해서 먹고 살아도 한국 보단 캐나다가 나을 시절이 있었더랬다. 고용주든 피고용인이든, 개고생 하더라도 돈 모으면 집도 살 수 있었고 이것저것 세금도 많이 환급해주고. 하지만 현재 토론토, 밴쿠버 등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도시 및 그 주변의 주택 가격은 한국보다 더 미친지 오래고, 어지간한 현금 부자나 고연봉자 아니면 집 살 생각 꿈에도 못 한다. 아니, 주택 구입은 고사하고 중산층도 월세 내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3D업종에 종사하기 싫으면 캐나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어려워서 하기 싫어하는, 잘 못하는 일을 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에 IT 업종으로 이민이 많았던 것이다. 또는 육체노동이라도 기술이 관여된 부분이라 경력 쌓이면서 고연봉을 받을 수 있는 직종은 또 괜찮다. 돌봄서비스, 의료서비스의 경우도 본인 하기에 따라서 승진을 하거나 자기 사업을 열거나 한다면 중산층으로 진입이 가능해지겠지. 그 전까지 고된 삶을 내가 몇 년을 버틸 수 있을지, 또는 그렇게 버틸만한 가치가 있는지, 한국에서 그 정도 고생하면 그 결과가 캐나다에서 고생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지를 고려해보길 바란다.
자영업이나 사업? 사업은 그 나라 완전히 문화에 녹아 들어야 되고 운도 많이 따라줘야되기 때문에 어지간히 장사 수완이 좋은 사람 아니고서는 글쎄다. 캐나다에서 이민자로서 자영업으로 성공할 사람이면 한국에서도 자영업으로 성공하지 않을까?
본인이 무슨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또는 캐나다에서 어떤 기술을 쌓아서 어떻게 먹고 살을 건지, 그게 캐나다에서 통하는 기술인지, 벌이가 얼마나 되는지 철저히 조사한 뒤에 구체적인 계획을 짜보길 바란다. 어디 이주공사 같은데서 홍보하는 거에 아무 생각 없이 덜컥 따라가지 말고. 다행히 요새는 블로그도, 유튜브도 있으니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지 않은가.
기술을 이야기 하는 이유는, 기술 없이 이민자로서 관리직 같은 일반 사무직을 얻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런 자리는 거의 백인 원어민들이 차지하고 있고, 유색인종이어도 이민 1.5세나 2세 등 영어가 원어민이고 본토에서 학교를 졸업해야 가능하다고 보면된다. 예외가 있을 수도 있지만 본인이 예외가 될 거라 생각하면 안 된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대학까지 모국에서 졸업한 뒤 한국에 이민 온 타 아시아 국가 사람이 한국에 이민 오자마자 경영, 인사, 마케팅 등의 부서에 취직될 수 있을까? 이건 한국과 캐나다의 차이가 아니라 너무 당연한 보편적 현실이다. 한국계 회사나 한국과 집중적으로 무역을 하는 회사거나, 아니면 본인이 한국에서 유명 글로벌 기업의 임원 정도 해봤다든가 (이런 사람이 캐나다 이민을 뭣 하러 함) 그렇지 않은 이상 캐나다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경쟁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얘기는 아니고, 또 캐나다에서 몇 년 살면서 문화에 녹아들고 영어 실력도 늘고, 이런 저런 업무 경력이 쌓이면 저런 쪽으로 옮겨갈 수도 있겠지.
어떠한 경우에도 영어 의사소통 능력은 플러스 요소가 아니라 필수요소다.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란 말이다. '가서 살다 보면 늘겠지.'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은 접어두길 바람. 영어를 가장 잘 가르치는 곳은 캐나다도, 미국도, 영국도 아니라 한국이다. 한국에서 다 배워 온 다음에 캐나다에서 써먹겠다는 생각을 해야지, 캐나다에서 배우려고 한다면 시간과 비용이 수 배가 들어갈뿐더러, 돈을 쓰러 온 학생이면 모를까, 생계를 꾸리면서 영어 공부? 쉽지 않고, 영어를 못 하면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없고 각종 불이익에도 대처할 수 없는 등 너무나 뻔한 단점 얘기는 끝이 없음. 예전에 이민 온 한인들이 영어를 잘 못 해도 그럭저럭 사는 건 한인 사회를 벗어나지 않고 살기 때문인데, 거기는 그냥 하나의 별개의 경제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이미 자리 잡은 경제 써클을 내가 뚫고 진입한다? 그게 쉬울까 이전에 한인 사회 안에서만 사는 게 내가 원하는 삶일까 한 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물론 이 모든 고려 요소들은 돈이 많아 펑펑 쓰고 살겠다는 사람들한텐 아무 해당이 없는 내용임.
3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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