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벼룩시장에서 자전거 하나를 업어왔다가 얼마 전 인터넷 벼룩시장에서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었다.
5개월동안 동고동락했던 26인치 여성용 기어 없는, 낡았지만 안장이 매우 편했던 파랑이... 다른 사람 손에 가고 나니 왠지 보고싶다.
출퇴근하고, 하우푸트바케도 갔다오고 이케아도 갔다오고 노트베스트첸트룸도 갔다오고 마인츠/비스바덴도 갔다 오고, ...
내 프랑크푸르트 생활을 완전 책임졌다.
여름에 자전거 타고 달리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참 좋았다.
파랑이와 처음부터 좋은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아파트 현관에다 주차 해놓고 다녔는데, 이상하게 뒷바퀴 바람이 조금씩 빠져 있는 것이다.
처음엔 사자마자 펑크가 났다고 생각했다. 이러니 가격이 싸지... 생각하면서.
울월스와 아마존에서 Fahrradflicken (파라트플리켄) 이라고 펑크패치와 Werkzeuge (베르크초이게) - 작업공구 사다가 뒷바퀴를 땜질 하려고 했다.
근데 다 분해해서 튜브를 물에 담그어 봤더니 (튜브에 공기를 넣고 물에 담그어 보면 펑크난 구멍으로 공기방울이 새어 나온다) 구멍 난 곳이 아무데도 없는 거다.
근데 대체 왜 자꾸 바람이 빠져있지? 하고 봤다가 곧 이유를 알게 되었다.
현관에 너무 많은 자전거가 주차 되어 있는 것에 불만을 품은 어떤 할아방구가 바퀴 튜브의 나사를 돌려 놓은 것이다.
못 되 쳐 먹은 할배.
내 눈으로 할배가 내 자전거 튜브 나사에 손을 대고 있던 걸 목격을 했던 그 다음날이었다.
자고 있는데 뭔가 큰 소리가 들렸다. 내방이 2층이라 1층에서 나는 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뭐야... 했지만 졸려서 좀 더 자자... 하고 좀 더 눈을 붙인 다음 일어나 앉아 생각하니 순간 자전거!
현관에 내려가 보니 아뿔싸...
누군가 내 자전거 포함, 자전거 세 개를 지하로 던져 놨다.
치밀어 오른 화를 억누르고 자전거를 들어다 놓고 보니 튜브 나사까지 다 풀러서 집어 던져 놓았다.
이런 !@^ㅕ%$ㅉ#@$#%^!!! 정말 쌍욕이 튀어나왔다.
열받은 나는 경고문을 써붙였다.
<남의 자전거를 해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범죄다. 그리고 나 너 누군지 아니 다음에 또 그러면 경찰에 신고할 거다.>
다른 자전거 주인도 누가 본 사람 있으면 경찰에 신고해 달라고 써 붙였다.
그.런.데.
다음 날 보니 바람이 또 빠져 있는 것이다. 근데 튜브 나사는 꽉 조여져 있었다.
공기펌프로 아무리 공기 주입을 해도 어디론가 삐져 나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해서 뒷바퀴를 분해해 자세히 보니 3cm 정도 찢어져 있었다. 누군가 칼로 찢어 놓은 것이다.
정말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독일에 대해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사실 이 때였다. 독일에 더 이상 살지 않기로 결심한 거.
누군가는 내가 외국인인 거 알고 그런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싶진 않다.
그랬으면 내 자전거만 집어던졌을텐데 그게 아니라 다른 자전거 2 개도 집어던졌으니까.
하지만 그 경고문을 써붙인게 나라는 건 알았겠지. 왜냐면 튜브 나사를 풀으려고 했던 그 순간 나랑 눈이 마주쳤었으니.
내가 열라 째려봤더니 뭐라고 욕을 하며 계단을 올라갔었다. 망할 할배.
속으로 저주를 퍼부었다. 할배 당신 다리도 망가질 거라고.
결국 그래서 자전거 타이어 및 튜브를 제일 저렴한 걸로 새로 샀다. (싸다 해도 타이어는 10유로가 넘었다.)
나사 돌리는 거 마저도 익숙지가 않아 한 시간 넘게 고생을 해서 타이어를 겨우겨우 다 갈아끼웠는데 칼로 찢어진 튜브는 플리켄 아무리 잘 붙여도 소용이 없는 듯하다. 다음 날 일어나 보니 다시 바람이 빠져 있었다.
다시 분해해서 튜브마저 새걸로 갈았다. 벌써 세번째 뒷바퀴를 떼었다 붙였다...=3
그러고 타고 다녔는데 열흘 후, 길가다 펑크가 났다. 아 젠장.
집에 와서 뒷바퀴를 또 분해, 플릭켄(펑크패치)을 붙였다.
그러고 회사에서 노트베스트첸트룸을 가던 길.... 또 펑크...-_- 집까지 자전거 끌고 왔다.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ㅠㅠ
집에 와서 다시 뒷바퀴 분해해서 새 튜브로 갈았다.
그러고 또 한 열흘 쯤 타고 다니는데 아침 출근하던 길에 도로 턱 내려오다 또 펑크.
으아아아악!
이건 분명 자전거에 문제가 있는 거야!!! 이래서 중고였던 거야?
네이버 검색에 들어갔다. 펑크 원인을 미친듯이 검색하다가 림테잎 이란 걸 들었다.
자전거 휠에 빙 둘러 붙이는 테잎인데, 이게 제대로 안 붙어 있으면 바큇살이 밖으로 삐져나가며 튜브에 구멍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난 또 검색에 들어갔다. 림테잎은 독일어로 Felgenband(펠겐반트).
이건 그리 비싸지 않아 인터넷 주문 보다는 동네에 있는 자전거 샵에 들러서 하나 샀다. 2.5유로.
그리고 뒷바퀴를 또 분해, 림테잎을 새걸로 갈았다. 근데 예상과는 달리, 원래 붙여져 있던 림테잎이 낡긴 했어도 어디에도 바큇살이 삐져나온 부분은 없었다. -_-
암튼 그렇게 타고 다니다 며칠 후 퇴근 길에 도로턱 올라 가다 또 펑크. -_-
이쯤 되니 화가 나기 보단 그냥 체념이 되었다. 30분 넘게 걸려 집으로 자전거를 끌고 온 후 생각했다.
자전거가 불량이거나, 아니면 튜브가 불량인가보다...하기사 튜브가 하나에 2유로 정도 밖에 안 하는 싸구려 아니던가.
다음날 동네 자전거 샵에 갔다.
가서 좋은 거, 비싼 거로 Schwalbe(슈발베-종달새)거 7.5유로 짜리로 샀다.
그렇게 뒷바퀴를 또 분해, 이걸로 갈고 정말 조심히 타고 다녔다. 도로 턱 올라갈 때마다 엉덩이 들어주고, 나뭇가지 다 피해다니고...
이후로는 다시는 펑크가 나지 않았다.
참... 인건비 비싼 독일인지라, 튜브 하나 가는데 못해도 2~30유로는 할 것이 뻔한지라 혼자 한다고 애를 많이 먹었지만, 덕분에 자전거 지식도 많이 늘고, 이젠 자전거 바퀴 고치는 데엔 도가 텄다.
교훈: 싼 게 비지떡. 최고급일 필요는 없지만 어지간하면 제일 싼 건 안 사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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