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생활

토론토에서 원룸 집 찾기 2

별을 보고 걷는 사람 2021. 6. 12. 09:31

미드타운에서 보러 갔던 집들 

 

1. 

가격: $1299

크기: 약 400sqf

층: 5층

방향: 북향

교통: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6분

건물 입지: 앞에 가리는 건물 없고 큰 길가에서 안으로 들어온 골목으로 한적하고 근처에 공원 있고 산책로 가까움. 걸어서 5분 거리에 슈퍼 있음.

인테리어: 낡았지만 깨끗.

고려할 부분: 부엌이 요리 하기에 살짝 좁고 엘리베이터와 쓰레기 슈트 바로 옆 유닛.

감상: 북향만 아니었어도...

 

2. 

가격: $1300

크기: 약 440sqf

층: 2 층

방향: 남동향

교통: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9분

건물 입지: 길 반대편 건물이 높긴 하나 간격이 넓음. 3분 거리에 큰 공원 및 산책로.

인테리어: 페인트 칠 새로 덧발라져 있으나 찬장, 손잡이 같은 마감재 싸구려. 화장실 새로 했음.

고려할 부분: 2층 발코니에서 쓰레기 컨테이너들 바로 내려다 보임.

감상: 널찍하다 근데 쓰레기는 좀...

 

 

3. (2번과 같은 아파트, 층만 다름)

가격: $1350

크기: 약 440sqf

층: 6 층

방향: 남동향

교통: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9분

건물 입지: 길 반대편 건물이 높긴 하나 간격이 넓음. 3분 거리에 큰 공원 및 산책로.

인테리어: 페인트 칠 새로 돼 있으나 부엌 찬장 낡았음. 화장실 새로 했음.

고려할 부분: 딱히 없었음

감상: 2층 집 보다 구조가 훨 낫다. 

 

4. 

가격: $1245

크기: ?

층: 2층

방향: 서남향

교통: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9분

건물 입지: 작은 길 하나 사이에 두고 옆 건물 있음. 번화한 동네의 외곽으로 아주 복잡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한적하지도 않음.

인테리어: 말.잇.못... 다 썪어서 파인 마룻바닥, 언제 설치한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낡은 부엌 찬장, 몇 년을 썼는지 알 수 없는 때가 잔뜩 낀 싱크대, 무너져가는 옷장 문, 화장실 문 등... 보여준 관리인이 자기가 고치고 있다고 하긴 했음.

고려할 부분: 그냥... 다....

감상: 100불 차이가 이렇게 큰가?

 

5. 

가격: $1350

크기: 460sqf

층: 17층

방향: 서남향

교통: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1분

건물 입지: 주변 아파트들 많으나 동 간격은 넓은 편. 바로 옆에 작은 공원 있음

인테리어: 다 새로 고쳤는데 특히 부엌이 완전 새거: 냉장고, 스토브도 새 거, 전자렌지도 오버헤드 새 거로 있음. (보통 아파트에 전자렌지 포함된 곳은 드물다)

고려할 부분: 세면대가 작다

감상: 발코니에 올라서니 다리가 후들후들

 

6. 

가격: $1335

크기: 416sqf

층: 2층

방향: 서남향

교통: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11분

건물 입지: 주변 아파트들 많음. 동 간격은 넓음. 저층 아파트.

인테리어: 부엌과 화장실 새로 했음.

고려할 부분: 발코니 없고, ㄱ자 모양의 건물이라 윗옆 유닛에서 이 집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음

감상: 내 집이 계속 들여다 보인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7. 

가격: $1237

크기: 아마 380sqf 미만

층: 2층

방향: 서남향

교통: 지하철역에서 걸어서 9분

건물 입지: 주변이 다 저층 주택가. 바로 옆에 학교 운동장. 저층 아파트.

인테리어: 관리는 나쁘지 않았지만 낡았음. 세로로 더 긴 구조.

고려할 부분: 카페트 바닥, 작은 공간

감상: 사진은 다 믿을 수가 없다.

 

 

1번 집이 남향이기만 했다면 이 집을 선택했을 거 같은데 북향이라는 건 정말 치명적 단점이었다. 내가 이 집을 보러 간 시간이 낮 12시었는데도 직사광선이 하나도 안 들어왔으니까. 원래 원룸 집 부엌은 작지만 여긴 좀 더 작아서 음식 준비할만한 공간이 너무 없어 보인 것도 단점.

 

4번이 진짜 ㅋㅋㅋㅋㅋㅋ 관리인이 자기가 고치고 있다고는 했지만 이 집은 아무리 페인트칠을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낡았다. 아저씨, 그냥 다 뜯어내고 새로 해야 돼요라고 말하고 싶었음. 이미 페인트칠이 너무 덧칠해지다 못해 떡이 된 느낌이었으니까. 시세 보다 100불 싼데, 200불 싸도 이 집 선택 안 했을 거 같다. 게다가 서향에 2층인데 바로 앞 건물 너무 가까움.

 

5번은 막판까지 고민했던 집이다. 싹 다 새로 한 부엌이 너무너무 탐이났던 곳이다. 세면대가 작아서 세수하다 물 다 흘러내릴 거 같다는 게 단점이긴 했지만 집도 넓고 옆 건물과 간격도 비교적 넓은 편이었고. 단지 문제는 나의 고소공포증. 발코니에 별로 나갈 일은 없지만 발코니에 한 번 나갔다가 와... 아찔하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심지어 발코니 레일 높이가 왜케 낮은지 내 허리 밑에 왔다. 그리고 어쨌든 난 높은 게 싫어서 아파트 회사 사람한테 낮은 층 없냐고 물어봤는데, 안타깝게도 내가 이사갈 수 있는 때에 날짜가 맞는 곳이 없었다.

 

7번이 사실 사진 보고 가장 많이 기대했던 곳이고 가서 한 번 확인만 할뿐 여기로 계약해야겠다 하고 마음 먹고 갔던 곳이었는데 막상 가서 직접 보니 하..... 역시 사진은... 조심해야된다. 일단 집 자체가 많이 작았고, 내가 토요일 오전에 보러갔는데 그 바로 앞 학교 운동장에서 애들 노는 소리 다 들려옴. 부엌과 화장실도 많이 낡았고 약간 더러웠음. 아저씨... 집을 내놓을 거 같으면 청소는 좀 하고 내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때 탄 싱크대와 스토브, 찬장, 세면대, 변기 등을 보니 이걸 내가 청소하고 살고 싶단 생각이 싹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 내가 살기로 정한 집은....... 3번!

대단히 마음에 드는 점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특별한 단점이 없다는 점과 공간이 상당히 넓었다는 점, 동 간격이 넓고 무엇보다 남향이란 점에서 플러스 점수를 팍팍 받아서 이 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이 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 창을 통해 쏟아져들어오던 햇빛의 장면과 그 느낌이 아직도 정확히 기억이 난다. 그 전 4년 동안 살았던 집에서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 했던 그 느낌. 그것 때문에 결국 이 집으로 결정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여기서 산지 한 달이 좀 넘어가는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도 이 감상에 변화가 없다. 히터 돌아갈 때 띠~ 하면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는 점 말고는 살면서 딱히 불편한 점이 없다. 특히 집이 가로로 넓고 창이 커서 아침 해 뜰 때부터 저녁 해 질때까지, 여름이라 하루 18시간은 해가 들어와서 거의 불을 안 켜고 살아도 될 정도라는 점 (이 때문에 한달 동안 커튼 없이 살면서 오히려 고생했지만)과 따듯하다는 점이 너무너무 좋다. 

 

온타리오주에서는 그 집에 계속 살 의사가 없으면 집주인에 최소 2달 전(정확히 60일 전까지)에 고지를 해줘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이사 갈 집을 찾을 때도 2달 이전부터 찾기 시작하는 게 좋다. 물론 코로나 시국이라 나는 그렇게까지 안해도 토론토에 이사 갈 수 있는 집이 널려 있었고 봤던 집들도 전부 빈 집이었지만, 평소라면 그렇지 않다. 

 

집 계약할 의사가 있으면 아파트 회사에 의사 전달을 하고 그쪽에서 필요하다는 서류와 계약금(첫달과 마지막달 렌트비)을 보낸다. 이... 캐나다가 얼마나 아직도 후진적이냐면 이게 계좌이체가 안 되고 우리로 치면 수표 같은 걸 "직접" (Money order 혹은 Bank draft) 줘야 된다. 이거 때문에 은행 갔다가 다시 또 건물 방문해서 전해줬음. 전에 살았던 곳은 토론토가 아니어서 고트레인이라고 기차 타고 여길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그래 뭐... 직접 얼굴 보고 전해주는 게 사기 위험이 적긴 하지. 옛날 방식이 반드시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보통 필요하다는 서류는 소득증명, 재직증명, 그리고 application에 현재 집주인의 연락처를 적는다. 캐나다는 신용사회기 때문에 이런 추천이 꼭 있어야 된다. 없다면... 없는 이유를 설명하면 집주인 쪽에서 받아줄지 말지 결정할테니 없다고 집 못구한다는 건 아니고. 학생이면 따로 보증인이 있어야 되던가 그렇다. 그러니까 내가 자격이 안 되나 미리 겁먹지 말고 일단 물어봐야된다.

 

당시 살고 있던 집주인이 전화를 받았다고 한 다음날 회사 측 담당자한테서 내 입주가 승인되었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쪽에서 계약서도 이메일로 보내주어 e-사인 해서 보냈던 때가 이사 가기 4일 전이었다. 좀 빠듯한 거 아닌가 생각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딱히 승인이 안 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괜찮았다. 하지만 만약의 경우는 항상 대비해둬야 하는 법.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교민카페인 캐스모에서 단기 숙소를 알아 보고 한 달 정도 있으면 되겠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시간이 투자된, 집 고르기가 끝이 났다.

다음에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란 말을 하진 않을 거 같은 정도로 열심히 찾았고 열심히 분석했고 그 선택의 결과에도 현재까진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