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웹소설, 웹툰에 대한 단상

별을 보고 걷는 사람 2023. 5. 21. 02:04

요새 웹소설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말이 웹소설이지, '웹'에 있는 '소설'일뿐 예전의 귀여니 소설 같은 그런 거 생각하면 안 된다.

종이 신문이 인터넷 신문 됐듯 종이책이 웹페이지로 옮겨온 매체 전환임.

 

어느 분야나 그렇듯 재밌거나 수준 있는 작품은 1000점 중 한 점 정도일까?

정말 수준 이하 작품들도 많은 게 사실이고, 그냥 말초 신경 자극 위주의 심심풀이용이면 그래도 다행이지, 아예 초장부터 어이 없어 못 읽겠는 글도 많고, 여기저기서 짜깁기한 양산형 짬뽕 작품들이 대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시장이 반갑다.

원래 이렇게 수준 낮은 작품들까지 수 천 점이 난무하면서 시장이 커져야 재능 있는 신인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그러다 보면 대중의 선택을 받은 대박 작품이 한 건씩 나오게 된다.

도서 출판은 아무래도 장벽이 있으니까. 기존 문학계는 '등단' 이라는 벽을 넘어야 하지 않나. 기득권에 잘 보여야 되는 문제도 있고. 그러다 보면 업계가 보수성을 띄게 되고, 스타일이 자기 선배들 거 닮아가고... 예술 분야에서 이것처럼 창의력을 갉아먹는 시스템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웹에서 소비되는 소설들이 흥미 본위의 판타지, 성인물 등이 대부분인 건 사실이지만 신문이 그랬듯이 곧 수준 높은 작품들도 전부 웹에 출판되고 소비되는 시대가 올 거라고 본다.

물론 그런다고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을 듯. 아마 정말 인기작, 좋은 작품만 소장용 양장본이 되어 팔리지 않을까...

그런거 보면 전근대로 돌아가는 느낌이기도 하다. 책 한 권이 당시 가치로 수 천만원씩 하고 아름다운 장식이 곁들여진 필사가, 화가, 공예가의 예술 작품으로 취급 받았던 그 시대.

 

나도 처음부터 웹소설을 작정하고 본 건 아니다.

어디선가 추천해준 웹툰 몇 작품을 호로록 보고 딴 거 보고 하다 보니 어느새 웹소설로 넘어가버림.

웹툰이 확실히 '한 번 볼까?' 하는 마음을 쉽게 들게 하고, 웹툰이 재밌으면 원작 소설은 더 재밌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결국 글로 읽고 싶어진다. 웹툰 보다 보면 이게 내 취향일지 아닐지, 글로 읽으면 더 재밌을지 아닐지도 느낌이 옴.

 

내 취향은 다분히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나만의 기준이 있다고나 할까.

일단 나는 로판 (로맨스 판타지) 밖에 안 본다.

그리고 개고생 하는 주인공 설정에 남주 여주 쌍방 구원 서사 좋아함.

로맨스를 보는 이유는 사람의 감정이야 말로 글로 표현할 때 가장 잘 표현된다고 믿기 때문이고 그 감정 중 최고는 역시 사랑 아니겠냐는... 

그렇기 때문에 만화나 영화로 로맨스 잘못 그리면 홀딱 깬다. 특히 캐스팅 잘 못 하면 배우 이미지나 연기가 너무 영향이 크기 때문에.

액션, 어드벤쳐, 첩보, 추리도 좋아하는 장르인데 이런 장르는 감정이 덜 들어가고 동작이 더 중요하니까 글 보다는 시각화 했을 때 더 재밌을 수밖에 없어서 소설로는 잘 안 읽게 된다.

로맨스 중에서도 판타지만 보는 이유는 배경이 현대면 몰입이 안 되기 때문이다.

특히 무슨 '이사님' 이랑 사랑에 빠지고 이런거 보면 회사에 저런 이사가 어딨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현대 배경은 한 서너 편 정도 봤던 거 같은데 더 이상은 안 본다. 현실성 없어서.

판타지는 아예 지어낸 세상이나 과거 배경이 많아서 '그 세계엔 저런 남자 있나 보지.' 라는 전제를 깔고 읽을 수 있다.

 

남들이 많이 추천해주는 거 다 시도는 해 보는 편인데 의외로 재미 없어서 중도 하차한 작품들이 꽤 많고, 끝까지 몰입해서 본 게 많지 않다. 재미 없으면 미련 없이 떠남. 

웹 플랫폼의 장점인 한 회차씩 결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카카오 웹툰, 카카오 페이지, 리디북스, 네이버 시리즈 세 플랫폼에서만 보고 있는데,

별점으로 치자면 카카오는 별점이 너무 후해서 10점 만점에 10점에 가까워야, (9.8 이상은 돼야 함)

네이버는 10점 만점에 9점 이상이어야,

리디북스는 5점 만점에 4.8 이상 정도는 돼야 괜찮은 작품이란 느낌.

근데 저 점수 넘어도 읽다가 내 취향 아닌 경우도 많아서 읽다 던진 것도 꽤 많다. 대체 왜 이 점수인지 모를...

조회수도 중요함. 조회수가 극단적으로 높으면 별점이 좀 낮아도 인기작인데 취향 탄다는 뜻이고, 별점은 높은데 조회수 낮으면 그냥 관계자나 팬들이 눌러준 듯.

 

조회수가 극단적으로 높으면 별점이 좀 낮아도 봐야 된다는 거의 전형적인 예가 <상수리나무 아래> 다. 지금까지 읽은 거의 원앤온리. 아직까지 이 작품 넘어서는 작품 없었음. 

 

글이 길어져서 추천작은 다른 페이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