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읽은 것 중 추천하는 작품, 다시 말해 내가 돈 주고 사서 끝까지 본 작품들을 소개한다.
<웹소설>
1. 상수리나무 아래 (작가: 김수지)
말이 필요 없고 그냥 보면 됨.
과장 보태 이 작품 하나로 리디북스 회사 먹여 살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박 친 작품이라고 알고 있다.
450화인데 4만 5천원 안 아깝고, 이미 세 번 읽었지만 몇 달 후나 1 년 후에 내용 많이 잊었을 때 쯤 또 읽을 생각도 있다.
몰입력이 엄청나서 3일 밤낮을 일상생활 전폐하고 새벽 4시까지 읽고 눈 좀 붙였다 8시도 안 돼 다시 눈 떠서 이거부터 읽었을 정도임.
흠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글빨. 하나 하나 쌓아간 서사와 복선, 글 한 줄 한 줄 읽을 때마다 분명 글을 읽는데 눈 앞에 장면이 펼쳐지는 기적을 행해주며 해리포터 뺨 치게 주조연 할 거 없이 모두 매력 있는 인물 설정이 대단한 명작이다. 가슴이 아련하게 시린 감동은 말 할 것도 없음.
단점이라긴 뭐하고 주의할 점은 로맨스만 기대한 사람들한텐 안 맞을 수 있다는 점. 판타지 전쟁 장면들이 대박이다.
그리고 워낙 장편이라 그런지 초반 한 50화 정도까지는 좀 심심해서 나도 반신반의 했다.
'이게 대체 왜 인기가 많다는 거지? 특별할 건 없는 것 같은데.' 했고 쓸데 없이 19금 장면이 너무 많다 생각했는데 그러다 100화 쯤 가면 이제 정신 못 차리고 읽게 되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1, 2부로 되어 있는데 세계관이 너무 잘 구성되어서 최소 3부까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고, HBO 같은데서 드라마화 했음 좋겠다. 물론 리프탄과 맥시밀리언 배우를 누가 해도 그게 어울리겠나 싶지만 그래도 생신인으로 오디션하면 80억 인구 중에는 찾을 수 있지 않을까?
2. 울어봐, 빌어도 좋고 (작가: 솔체)
수채화 같은 묘사가 아름다운 소설. 이것도 눈 앞에 장면장면이 그려진다. 댓글을 보면 이런저런 의견이 나오지만 난 처음 읽으면서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레일라가 마티어스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그것이 포장지에 한 겹 싸여서 전달됐을뿐.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게, 은근하게.
섬세한 묘사와 은유를 통해 전달하는 사랑이 간질거렸다가, 시큰거렸다가, 눈부셨다가 하는 명작.
3. 문제적 왕자님 (작가: 솔체)
울어봐, 빌어도 좋고를 보고 같은 작가 작품이라 사 읽었다. 로맨틱 코미디에 가깝고, 말 그대로 재밌다. 클리셰 범벅이지만 시간 아깝거나 돈 아깝지 않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잘 쓰인 작품이고, 책장 술술 넘어가고 뒷 내용 궁금해서 새벽 4시는 아니어도 2시까지는 읽다 잘 정도는 됨. 그 외 특징은 딱히 없는 듯. '재미 있다.'는 한마디로 정의 가능.
4. 바스티안 (작가: 솔체)
이것도 같은 작가 거라서 읽었는데. 이 작품에는 좀 할 말이 많다.
내용을 쓰면 스포일러가 되니 정확히 못 쓰겠는데, 이거는 초중반 쯤 가장 중요한 사건에서 살짝 삐끗했음.
그 부분만 아니었으면 <울어봐, 빌어도 좋고> 까진 몰라도 그 못지 않은 명작이 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너무 아쉽다.
플롯과 인물 설정 좋았고 그 삐끗했다는 부분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다. 다만 그 부분의 묘사, 서술 방식을 잘 못 잡았다는 느낌. 작가 특유의 섬세함이 사라지고 거칠다. 여주가 너무 태연한 듯 묘사되어서 갑자기 장르가 바뀌었나? 하는 당혹감이 들 정도였으니. 이 부분만 좀 더 잘 썼으면 아마 평점도 더 높았을 거고 몰입도도 높았을 거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작가의 장점인 은유를 적극 활용하고 두 주인공의 내면의 심리에 초점을 맞추어 좀 더 관능적인 느낌이 나게 썼다면 훨씬 몰입도가 높았을 거 같다.
장점은 후반 50부 정도가 이렇게 절절한 로맨스가 또 없음.
뻔히 허구인 거 아는데도 가슴 아파서 진짜 눈물 흘리면서 읽은 장면들도 있다.
중반이 피폐물에 가까울 정도로 처절하지만 다 읽으면 후반부에는 복이 옵니다. 와요.
단점이 확실하지만 그래도 어디 가서 이 정도 되는 로맨스 소설 찾기는 힘듦.
"바스티안." 여주인공 오데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은, 명작이라고까진 그렇고 수작.
5. 황제와 여기사 (작가: 안경원숭이)
이것은 진정 본격 페미니즘 소설이라고나 할까... 몰입 잘 되고, 특히 1부는 읽다가 엉엉 울었다. 주인공의 개고생에 공감해서. 이건 그냥 인간승리임.
2부부터는 살짝 늘어지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밌다. 로맨스는 의외로 많지 않음.
왜 개고생 자수성가의 주인공은 남자밖에 없는가에 의문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이 소설을 읽으면 여자가 어떻게 성공하는지 알 수 있음.
6. 오달리스크 (작가: 미나토)
이거는 로맨스에 전적으로 치중한 19금 소설 중에 내가 읽었던 것 중에서는 제일 괜찮아서 추천. 막 엄청난 스토리가 있지도 않고 대단한 반전이 있지도 않고 클리셰에 결말도 뻔할 거 같은데도 불구하고 무료로 기다리기 해서 못 읽고 결제해서 보게 만든 필력이 있는 작품이다. 둘 사이의 성적 긴장감이 어떻게 해소될까 보는 재미가 있는 그런 내용임.
7. 올리비에 당피에르가 하녀에게 청혼했대 (작가: 마가렛점례) - 6월 추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내용인데 대사나 표현이 유치하지 않다. 서술과 대화의 전환도 매끄럽고 기승전결 사건과 대사의 짜임새가 자연스러움. 글을 잘 쓰면 평범한 이야기도 재밌을 수 있음을 이 작품 읽어 보면 느낄 수 있다.
8. 사랑하는 나의 억압자 (작가: 서사희) - 7월 추가
이거는 가볍게 읽을만한 내용이 아니다. 진정 애증관계라는 게 뭔지를 보여주는데, 죄와 벌, 연좌죄, 용서와 같은 개념에 대해 깊게 생각해볼만한 지점들이 많다. 글이 너무 빨리 마무리된 느낌이 있어서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조금 더 길게 풀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럼 또 로맨스 치고는 너무 무거워질까봐 그랬던 건지 질질 끈다는 느낌 줄까봐 그랬던 건지 싶지만 나는 그래서 오히려 뒷심이 약하다 느꼈다. 인물 설정이 상수리 나무 아래의 그것과 살짝 겹치는 느낌도 좀 있다. 아무튼 이 작품도 글 자체가 잘 쓰여서, 잘 쓴 글은 그 자체로 읽는 재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해주는 작품.
9. 답장을 주세요, 왕자님 (작가: 유폴희) - 8월 추가
일명 <읽씹 왕자> 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여기 있는 작품들 중 내가 좋아하는 작품 2위에 올리고 싶은 이야기다. 처음엔 살짝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데 그걸 넘기고 가면 갈수록 흡인력 있고, 마지막에 외전 읽으면서는 감정이 북받쳐서 울었음. 진짜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읽고 싶은 사람한테 추천. 캐릭터들이 너무 좋아서 에피소드 더 넣어서 더 길게 썼어도 좋았을 거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게 형식이 인물들이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인물들 성격에 따라 문체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 그런 면에서는 글빨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이라 단점을 다 상쇄하고도 남는다. 이런 동화 같은 사랑이 정말 존재 할까? 없으니까 대리만족 하려고 책으로 나왔겠지.
<웹툰>
1. 백작가의 불청객들
이거는 원작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작가 혼자 시나리오, 연출, 작화 다 한 건데 당당히 1위.
진짜 한 4번 봤나? 아직 완결 안 됐는데 최근화로 올때까지 보고 또 보고 했을 정도로 몰입감 있는 작품이다. 심지어 무료연재(15금)와 기다리면 무료(19금)도 있으니 이런 은혜가 따로 없다. 물론 나는 최근화는 못 기다리고 계속 돈 내고 보고 있지만.
추리 + 로맨스라는 퓨전 장르고, 다음 내용이 궁금하고 재밌다. 일단 한 사건이 끝난지라 긴장감이 떨어진 측면이 있어서 작가가 이 다음에 어떻게 긴장감을 다시 끌어올리려나 기대 반 걱정 반.
2. 결혼장사
원작자에게 미안하지만 이거는 특이하게 원작 보다 웹툰이 더 나은 작품이다. 웹툰이 완결이 안 됐기 때문에 보다가 뒷 내용 궁금해서 소설 사서 읽었는데 음... 물론 소설도 재밌지만 이거는 웹툰이 각색을 잘 했고 연출이 진짜 좋다. 그림체 예뻐서 몰입이 더 잘 되는 것도 있고. 남자 주인공 자카리 너무 멋지고요. 여자 주인공 비앙카 깜찍하고 매력있다. 로판에 넘처나는 회귀물 중 하나인데 뻔하지 않고 자기 인생 주체적으로 바꿔나가는 여주의 모습을 응원하게 된다.
3. 모시던 아가씨가 도련님이 되어버렸다
이것도 내가 좋아하는 쌍방구원서사. 엄청 특이한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잔잔하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내용이 재밌다. 남자 주인공 성격 내 취향. 단점은 끝에 가서 결말 안 봐도 될 것 같이 긴장감 없다는 거. 물론 난 그래도 다 봤음.
4. 악당의 아빠를 꼬셔라
여주 귀엽고 자잘하게 재밌다고나 할까? 여기 남주 성격도 내 취향. 역시 로판은 남주와 여주의 매력이 참 중요한 요소다. 이것도 단점이 둘이 서로 좋아하는 게 확실해진 시점부터 완전 늘어짐. 막판에 본격 싸우는 장면이 너무 길다. 로맨스는 역시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거 알게 되면 빨리 끝나야 돼.
5. 악역에게 정체를 들켜버렸다
여장남자 클리셰인데 딱히 특별할 거 없는 내용인 거 같으면서도 재밌고 다음 내용 궁금해서 사서 봤다. 대여권 10장 미리 사뒀는데 한 달 전에 휴재되고 재개가 안 돼 있어서 불만.
6. 크리스마스는 쨈과 함께
완결 난지 꽤 됐지만 재밌고 감동적이고 내 취향 힐링 작품이다. 특히 개 키워 본 + 키우는 사람들은 너무 공감할 내용.
그 외에도 수 십 편 봤는데 개중에는 일부 결제까지 하면서 본 것도 있지만 딱히 보라고 추천할 정도는 아니다.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그냥 심심풀이 용, 기다리면 무료로 볼만한 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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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밑으로 재밌게 느낀 순서고, 이 중에는 중도에 긴장감 떨어져서 보다 만 것도 있다.
그리고 남들이 많이 추천한 것 중에 나는 별로 재미 없어서 이게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었던 작품들이 있는데 이것들도 내 취향이 아닐뿐이지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이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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